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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자연에 순응하여 집을 꾸미고자 했고, 자연히 집터와 지형에 대해 깊고 넓게 연구했다. 집터를 고를 때부터 물의 흐름과 바람의 방향에 역행되지 않는 곳에 집을 지었다. 산의 모양은 하늘의 기를 좌우한다고 했고, 흐르는 물의 모양은 땅의 기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좋은 명당에 자리한 집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집 주인들에게 쌓여져 건강과 행복을 가져온다고 했다. 굳이 풍수지리적인 해석이 아니어도 자연의 풍경과 일체화된 집은 아름답고 건강하다. 창호지를 통해 바람소리, 빗소리, 새소리 등, 자연음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높지 않은 한옥의 울타리를 넘어 앞산과 강물을 집안에서 볼 수 있다. 정원 역시,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과는 달리, 지극히 자연과 조화되고, 꾸미지 않는 듯 꾸미며, 극히 소박한 것이 그 특성이다. 창문만 열면 온통 아름다운 자연이니 굳이 집안에 정원을 거창하게 가꿀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온돌은 그 바닥 밑에 연기를 통하게 하여 따뜻한 공기로 바닥을 덥히는 한반도 고유의 난방법이다. 아궁이를 만들어 이 아궁이에서 취사를 위해 불을 때고 남은 열을 이용하여 바닥을 덥힌다. 이러한 바닥 난방 방식은 가장 열효율이 높은 난방법으로, 한국에서 발명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온돌구조는 크게 나누어 아궁이, 축열장소, 굴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궁이는 부엌의 취사겸용과 난방 전용 아궁이가 있다. 상류 계급의 주택에는 돌로 된 반듯하고 높은 아궁이를 갖고 있으며 여기서는 하인이 숯을 사용하여 연기가 나지 않도록 하였다. 온돌방은 방의 보온 효과를 위해 공간용적이 적고 높이도 손을 들면 천정에 닿을 정도로 낮다. 굴뚝은 단순히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기능뿐 아니라 주택의 외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다양한 문양과 채색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 4계절의 기후변화가 뚜렷한 곳이다. 여름에는 덥고 습하다. 따라서 실내의 바닥을 지면에서 높게 지을수록 온습도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마루는 문이 있건 없건 마루 밑은 통풍이 잘되도록 뚫려 있고 물론 구들은 없다. 천정 역시 없다. 이 통풍이 잘되는 마루 공간은 아늑한 온돌방과 비교할 때 자연과 적극적으로 연계된 개방공간이다. 한옥은 한 지붕 아래 온돌방이라는 폐쇄적인 겨울공간과 대청이라는 개방적인 여름공간을 같이 만들어 계절에 따라 주생활 공간을 이동시키며 생활해 왔다. 대청 공간은 넓고 크다. 천정이 없이 회반죽으로 마감한 구조로 넓고 높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북쪽에 판자문이 있어 이것을 열어놓으면 남과 북쪽이 통하게 되어 시원하여 높게 위치한 정자와 같다. 대청 공간은 집안의 모임이나 제사 등 공식적인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옥은 방에 출입하려면 마당을 통해야하고 방들도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어 거의 모든 방에서 마당이 보인다. 담장 안에 마당이 있기 때문에 각 방은 방문이 열려있어도 외부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 한옥의 마당은 그를 에워싼 건물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한다. 안채에 싸인 안마당, 사랑채 앞의 사랑마당, 하인들의 행랑마당, 부엌 뒤 작업공간인 고방마당, 사당 앞의 제사마당, 안채 뒤 정원인 뒷마당 등등. 큰 집의 경우 마당의 수가 증가하며 보통 ‘여섯 마당' 정도를 가져야 종가라고 할 수 있다. 마당의 수가 증가하면 마당의 기능도 분화하지만, 한 두 개의 마당을 가진 작은 집의 경우는 하나의 마당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용한다. 그만큼 마당은 융통성이 있는 여유 공간이다.
원래 솟을 대문은 ‘초헌'이라는 바퀴달린 높은 가마를 타고 출입하기 위해 대문 지붕을 높인 것으로, 정삼품 이상의 고관들의 집에만 설치했으나, 점차 집주인의 신분을 상징하게 되어 신분이 높거나 부자집에는 으레 솟을 대문을 갖게 되었다. 대문은 집의 얼굴이다. 대문 옆에 문패를 걸고, 봄이 되면 ‘입춘방'을 써 붙인다. 안주인이 자녀를 낳으면 고추와 숯, 종이로 아이의 성별을 알리는 ‘금줄'을 달아 출입을 제한했다. 효자나 열녀로 선정되면 나라에서는 ‘효자문' ‘열녀문'을 내려 대문에 부착하기도 했다. 평민들의 대문은 비록 지붕이 낮은 평대문이지만, 집안의 상징으로 역할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문이 솟을 대문이든, 평대문이든, 나무문이든 싸리문이든 관계없이, 상징은 상징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맛은 다양한 발효음식에서 나온다. 음식을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햇빛과 통풍이 필수적이다. 장독은 미세한 간극을 통해 숨을 쉬는 그릇으로, 간장, 된장 등 발효음식을 담기 위한 최선의 용기이며, 장독대는 발효의 현장이 된다. 장독대는 통풍이 잘되는 양지바른 곳에 두는 데 지표에서 일정한 높이를 올려 설치한다. 장독 하나 하나에도 돌로 동아리를 해서 받치기도 한다. 장독대의 모양과 장독의 배치도 여러 가지여서 생활의 지혜와 멋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독은 음식을 보관하고 발효시키는 곳이지만 정한수를 떠놓고 소원을 비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독대는 안주인들의 기도 공간이기도 하다.
한옥의 지붕선은 곧은 듯 휘어지고, 하늘로 솟는 듯 마무리를 짓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암기와와 숫기와를 번갈아 얹어 놓아 비가 오면 기와골을 따라 자연의 법칙대로 아래로 흐르도록 하였다. 기와 사이의 틈은 공간을 형성하여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여 뜨거운 햇빛으로 데워진 지붕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기와장이 깨어져도 기와 아래에 진흙으로 덮은 1차 방수 보온층이 있어 쉽사리 물이 새거나 열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기와는 지붕면의 다른 위치마다 독특한 모양으로 만들어 꼭 필요한 위치에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흙을 빚어 불에 구워 돌과 같이 단단해진 기와는 내구성이 강해 짧게는 50년, 길게는 몇 백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와지붕 아래에 황토와 나무발을 엮은 적심층이 있는데, 단열, 항균, 습도 조절작용까지 탁월한 기능을 한다.
고온 다습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지표에 가까울수록 습기가 올라온다. 여름철이면 그 정도가 대단해서 눅눅하기가 짝이 없다. 한옥은 움집을 지표에 노출시킨 이후로 차츰 집의 바닥을 높이면서 지표에서 떨어지는 방도를 취하였다. 기단이라 부르는 댓돌(또는 축담)을 여러 겹 축조하여 높게 만들고 그 위에 주초석을 놓아 기둥을 올리고 집을 짓는 방법을 보편화시켰다. 지면의 습기를 현저히 줄여 쾌적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한옥의 깊은 처마는 지붕 끝에 서까래를 길게 내밀어 만든다. 처마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며, 비가 벽으로 들이치는 것을 방지해준다. 처마 밑의 공간은 공기의 대류 현상으로 추위와 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깊은 그늘이 진 처마 밑 공간은 외부도 내부도 아닌, 중간적인 역할을 하는 묘한 공간이며, 한옥을 한옥답게 만드는 중요한 형태이기도 하다.
집안은 각각의 ‘채'로 구분된 독립된 건물들로 이루어지고, 각 건물들은 또한 ‘칸'이라는 독립된 방들로 구성된다. 하나의 건물은 여러 칸들이 붙어 확장하면서 ‘칸 분화'를 이루지만, 일정한 규모가 되면 더 이상 확장을 멈추고 별동의 건물을 더 짓는 ‘채 분화' 단계로 접어든다. 한옥은 칸 분화와 채 분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집이다. 하나의 큰 건물 안에 무한히 확장된 방들을 가진 ‘칸 분화'의 일본집이나, 작은 여러 건물들이 확장되는 ‘채 분화'의 중국집과는 확장의 방법도 다르다. 방은 독립적이나 방과 방의 관계는 대청이나 마루를 통해 개방적이다. 여러 채의 건물들은 처마밑과 마당을 통해 개방적으로 관계를 가진다. 낮은 담장은 집을 가리지 않고 외부와의 소통을 열어놓는다. 한옥은 이처럼 폐쇄와 개방을 동시에 얻은 집이다.
한옥을 아름답게 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한옥안의 전통적인 가구들이다. 우리의 전통가구는 평좌식 생활에 맞도록 발달했다. 사랑채의 경상(책상)과 책장인 사방탁자, 서류꽂이인 고비와 필기구인 문방사우는 학문에 힘쓰는 선비의 고결함을 담고 있다. 안채의 문갑, 이층장, 화장품함인 빗접 등은 여인의 단아함과 정결한 아름다움을 지니며, 기능적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무의 무늬를 그대로 살리고 못을 사용하지 않은 맞춤 구조는 한옥과 마찬가지로 자연친화적인 선조들의 지혜와 사상이 엿보인다. 소박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천박하지 않은 가구들이다.